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 회장에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추대되면서 전경련의 혁신 방향과 속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그룹이 류 회장이 이끌 전경련에 다시 가입할지도 주목된다.
지난 2월 전경련 임시 수장을 맡은 김병준 회장직무대행이 “6개월만 하고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이후 류 회장이 전경련 차기 회장으로 거론돼 왔다. 지난 3일 김 회장직무대행과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등이 모여 류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이날 공식 발표로 이어졌다.
류 회장은 오는 22일 400여 개 회원사가 모이는 임시총회를 거쳐 공식 취임한다. 임시총회에선 한국경제인협회로 명칭을 변경하는 안건도 의결할 예정이다. 이후 류 회장이 어떤 혁신 작업을 주도할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경련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합해 싱크탱크형 기관으로 거듭난다는 혁신안을 5월 내놨다. 윤리헌장 제정 및 윤리경영위원회 설치를 통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다는 구상이다. 회장단도 재정비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신산업 분야 기업을 넣어 회장단을 확대하고 각종 위원회를 설치해 위원회 중심으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 회장은 외교부 출신 전직 고위 관료를 상근부회장으로 영입하고, 김 회장직무대행은 상임고문으로 남아 류 회장을 도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순수 민간단체에서 관료 출신을 영입하고, 김 회장직무대행도 남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강조해온 전경련 혁신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전경련은 이에 대해 “류 회장이 공식 일정을 시작한 뒤에야 논의될 사안들”이라며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4대그룹은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키’를 움켜쥔 삼성은 일단 서두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의 판단을 먼저 거쳐야 한다. 준법감시위 정기회의는 전경련 임시총회일인 22일로 예정돼 있다.
SK와 현대차, LG도 신중한 입장이다. 4대그룹 관계자는 “전경련 재가입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며 “전경련의 혁신이 아직 완료된 것도 아니고 서두를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의사결정권자(회장)에게 정식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계에선 다음달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4대그룹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재가입 시기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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